30페이지 내용 : Near + KORAD 30 경주人터뷰 경주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다. 부산 태생인 김명수 작가가 경주에서 새롭게 뿌리를 내려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신라의 영향력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일 터. 단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단으로부터 사랑받는 김명수 작가를 만났다. 김명수 회화 작가 단청을 품은 천년고도의 화가 부산 소년, 경주에 빠지다 김명수 작가에게 미술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것이었다. 미술을 배고픈 직업이 라며 대부분의 부모들이 반대하던 그 시 절, 김명수 작가는 중학교 때 장장 6개월 간 부모님을 설득해 공예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국화, 서양화, 조소를 두루 섭렵한 그가 선택한 것은 한국화였다. 조소는 어린 마음에 최 고 점수를 못 받은 게 못내 아쉬워 접었 고, 서양화는 뜻밖에도 파라핀과 기름 냄 새가 두통을 유발해 어쩔 수 없어 접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동양화로 가야 하는 운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주에서 대학 생 활을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시험을 치르 러 왔는데, 겨울이라 온통 하얀 눈 세상이 었죠. 그때 천연기념물인 백로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름다운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성이 풍부했던 소년은 한 폭의 그림 같 던 경주의 겨울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렇 게 경주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 그렇다면 그가 ‘사찰’, ‘단청’이라는 소재 에 마음은 둔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됐
31페이지 내용 : 31 KORAD MAGAZINE #83 2018 May + june 습니다. 불교 쪽에서 단청, 불화, 탱화, 금 을 입히는 계금 등을 하게 된 거죠. 그때 사찰에 대한 느낌이나 단청 색깔 등이 제 마음에 다가온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저 도 모르게 작업으로 표출되면서 제 초기 작품은 사찰을 그린 게 많습니다. 몇 년간 전시회를 하면서 돌아보니, 어느새 제가 다른 그림은 안 그리고 계속 사찰만 그리 고 있더라고요. 절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 하게 건물이나 도시를 그리기 시작한 건 4, 5년 정도 됐으니 얼마 안 된 셈이죠.” 김명수 작가가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소박하고 털털한 미소를 짓는다. 그에게 단청의 매력은 굉장히 다층적인 것이다. 단청을 처음 봤을 때는 무척 어색 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강렬한 색채가 한 데 모여 있으니 색끼리 부딪치는 느낌을 받은 것. 그러나 오래 볼수록 단청은 뜻밖 에도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또 하나, 단청에 쓰이는 원색적인 색채를 떠올려보면 그중 하나쯤은 사람들이 좋아 하는 색이 있어요. 편안한 느낌과 함께 제 가 단청 색채를 쓰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다 잠시 그의 캔버스로 시선을 돌렸다. 한지 에 일필휘지로 그린 먹선, 그리고 이제 막 입히기 시작한 고운 단청 색감이 강렬하 게 다가온다. 먹과 아크릴 물감이 혼재된 그의 작품에는 경계나 한계 따위는 없어 보인다. “작은 작품은 느낌대로, 손이 가는 대로 바로 작업하고 대형 작업은 빔 프로젝트 를 이용해 먹선을 한 번에 그립니다. 밑그 림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연필 작업이 안 느껴지고 한 번에 그리기 때문에 속도감 과 힘이 느껴지죠. 그림을 그릴 때는 최대 한 그동안 없던 작업, 제가 경험하거나 생 각하는 것을 섞어 반영합니다.” 그가 한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익숙한 것이 가장 크고 새로운 재료를 써도 한지에 쓰 면 그 특성상 시너지 효과가 매우 두드러 지기 때문이다. “익숙지 않은 재료를 쓰면 아무래도 데미지가 크다”고 말하며 그가 또 한 번 엷게 미소 짓는다. 그가 만들어내 는 단청의 색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 으니 뭔가 특별한 감흥이 일어난다. 분명 히 단청인 것은 알겠는데, 사찰의 단청 같 은 특유의 센 느낌이 없다. “전통 단청은 오방색이 정돈되게 차례로 들어가고 색 비율이 거의 비슷합니다. 하 영상으로 보는 청정누리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동영상으로 만날 수있습니다.